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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관뚜껑을 박차고 나올 일일지도 모르겠다. 고작 이런 놈들 때문에 내 딸이 탄핵당했냐며 자신의 심장에 박힌 발터 PPK 탄환을 꺼내 무덤 밖으로 쏘아 버리고 싶어 할 것이다. 바른정당 이야기다. 5월 1일 늦은 저녁,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열네 명의 탈당 소식이 들려왔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차이는 MS와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의 차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던 이은재 의원의 탈당 이후 며칠 만의 일이었다.

 

당초 유승민 후보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단일화 압박과, 의원들의 탈당설이 돌기는 했어도 이는 몇몇 의원의 돌발행동으로만 보였다. 이렇게 ‘큰 규모’일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승민 캠프는 처음부터 “후보 자격이 없다.”며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었고, 이번 대선은 바른정당 소속 보수 성향 의원들의 대거 탄핵반대 ‘이탈’ 끝에 열릴 수 있었던 대선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노선을 내걸었다. 유승민 대선후보는 “따뜻한 보수”를 내걸었고, 김무성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박근혜의 당선을 도와 죄송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탄핵 반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홍준표는 박근혜를 거세게 비난하며 거리를 두는 듯 보였지만 최근에는 표를 얻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 같다.) 모두 이번 대선이 무엇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 망각한 모습이었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이른바 비유승민계 의원들은 그보다도 기억력이 짧은 듯했다. 자신들이 창당한 이유마저 까먹은 것을 보면 말이다. 자신이 싸고 치워버린 똥을 찾겠다며 변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탈당을 선언한 의원들의 명단은 이렇다. 장제원, 황영철, 김성태, 권성동, 홍문표, 홍일표, 정운천, 방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진복, 이군현, 김재경, 김학용. 이들은 자신이 사실은 바른 보수가 아니라 틀린 보수라고 온몸을 내세워 주장하고 있었다.

 

장제원 의원은 최순실 청문회에서 활약하며 이른바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한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은 당연한 부분이고 중요한 건 뇌물죄 부분이다. (중략) 이게 뇌물이 아니냐.”며 구속과 뇌물죄 적용까지 주장한 바 있다. 황영철은 ‘최순실의 남자들’을 비판하며 뉴스에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최순실의 남자들과 함께하게 됐다. 김성태 역시 청문회 스타로 불리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고,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원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들은 ‘개혁 보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개혁이 좀 어려워 보인다 싶으니 중간에 그만두고 수구로 회귀한 것이다. 이들의 이념이 고작 그런 것이었다면, 처음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던 열네 명의 의원의 속뜻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바로 ‘자리’와 ‘표’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으니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반대편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이 왜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는지도 분명해진다. 신념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게 쉽게 뒤집힐 것이라면 신념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촛불집회와 탄핵여론에 겁먹었기 때문이다. 최근 얼마 간은 유승민과 홍준표의 지지도를 비교해 보며 또 겁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이 뽑은 후보에게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이준석의 말이 정확하다. 이들은, 쫄보다.


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옳음을 설득하는 대신, 차라리 이념을 버리기를 택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한 후보를 축출하려 했고, 상황과 지지율에 따라 이리저리 정당을 옮겼다. 이들은 원칙이나 신념, 정당이 무엇인가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당과 민주주의를 쉽게도 파괴했다. 이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유승민 후보는 2일 오전 단일화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그의 말대로 ‘후보 자격이 없는 후보’와는 단일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벌써부터 사면하겠다는 이들과도 마찬가지다. 그런 선택으로 인해, 아마 유승민 후보는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고, 정당을 꾸려가는 일 자체도 힘에 부칠 것이다. 그렇기에 유승민을 응원한다. 그에게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러나 그가 ‘바른 보수’의 길을 증명했으면 한다. 일주일 후에 그의 이름 옆에 찍힐 도장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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