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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다. 바로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BBC 인터뷰다. BB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한국의 상황과 북한과의 관계 등에 대해 그에게 묻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화상 전화로 진행됐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어떤 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이를 밀어 모니터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고, 뒤이어 따라온 한 여성은 두 아이를 문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이는 “왜 그래? 왜?”라고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허핑턴포스터UK는 이를 두고 ‘코미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어떤 매체는 ‘BBC 뉴스가 아이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다시 어떤 매체는 그 여성을 두고 보모(nanny)라고 표현해 비난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은 이 영상을 두고 무척 ‘귀엽다’고 표현했다. ‘재밌다’고도 했다.


‘BBC 뉴스가 아이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낯선 침입자는 BBC 뉴스였다. 로버트 켈리 교수의 모친 엘렌 켈리는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두 어린이가 컴퓨터에서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마 자신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오해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일상처럼 방에 들어왔으나, 뜻하지 않게 쫓겨났다. 그것도 매우 당황스러운 방식으로써. 로버트 켈리는 아이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오로지 밀어내려고만 했다. 뒤쫓아 들어온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을 잡아 끌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한 사람이 그 과정에서 바닥에 끌려 나가며 (울음소리로) 고통을 호소한 것처럼 보였으나 소용없었다.


가장 최우선의 대처는,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게 해야 했다는 것이다. 문을 잠가 두든지, 아니면 그 이전에 두 사람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고, 설명했어야 했다. 그다음 대처는 ‘나가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었다. 물리력은 그 후에, 더욱 안전한 방식으로 동원해도 괜찮았다. 그렇지 못했던 두 부모의 대처는 충분히 아쉬웠다.




어떤 이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면 이해가 가는 대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어쩌면 대부분 사람이, 자신에게 좀 더 가까운 사람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보다 ‘부모’의 입장에 더욱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아이가 될 수 없지만, 부모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을 바라볼 때는, 물리적, 사회적 강자의 위치가 아니라, 더 약자인 사람의 눈으로 재구성해봐야 한다. 특히 그 약자가 울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강자의 눈으로 사건을 보는 것은 피해를 외면하고, 축소하며, 2차적 가해를 행하는 일일 수 있으니까.


아쉽게도, 많은 이들은 이 영상을 보고 ‘재밌다’거나 ‘귀엽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의문스럽다. 누군가 아파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귀여워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이건 너무나 잔인한 대상화다. 어린아이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귀여움의 대상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자, 이 영상에 두 아동이 아니라, 두 성인(비청소년) 여성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남성이 그의 몸을 밀치고, 다른 사람이 등장해 두 여성을 방 밖으로 끌고 나간다. 비명이 들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며 ‘예쁘다’거나 ‘섹시하다’고만 이야기했다면? 대상화란 그런 것이다.


물론, 영상 이후의 상황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 이를 두고 학대라고 두 사람을 무턱대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아이는 울음을 그쳤을 수도 있고, 별로 아프거나 놀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이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또 그것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누구도 이 영상을 보고 웃을 수 없다. 이 영상은 우습지 않다. 이 영상은 귀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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