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약 한 모습’, 박태환이 보이지 말았어야 할 것

야구선수들의 도핑에 빗대어 보는, 박태환의 도핑 테스트 적발과 올림픽 출전

 

 

그래도 응원해야 한다구요?

2015 1월에 실시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 테스트에서 한 수영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태환, 한국 수영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이른바 국뽕 아이콘중 하나로 불리던 이였다.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2개월 여 전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 맞은 그 주사가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그 주사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주사제인 네비도(Nebido)’, 대표적인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주사제였고, 의사의 증언에 따라 박태환이 지속적으로 네비도 주사를 맞았음이 밝혀졌다 (병원 측은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분비가 적어 투약했다고 이야기했는데, 남성호르몬 분비 저하는 테스토스테론 주사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그 후로 이런저런 법정공방 등이 일어났고 그가 네비도를 맞은 후 출장한 인천 AG에서 획득한 모든 메달이 박탈되었다. 그 이후로 박태환은 사실상 스포츠계에서 일종의 금지어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수영협회는 그간의 행적을 보고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회적인 반응 또한 박태환을 비난하기는커녕 옹호하는 입장이 많았는데, 올림픽에 박태환이 출장하자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기사 댓글에는 그래도 태극마크를 달고 나갔는데 응원해야 한다.” 거나 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 같은 반응들이 등장했고 트위터에서는 #박태환_잘하셨어요_사랑해요 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곤 했다. 일각에서는 박태환이 부진하자 약 기운이 떨어져서 그런 거 아니냐.” 는 비아냥 또한 등장했지만, 그것보다 박태환을 옹호하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박태환의 도핑 스캔들이 터지자 그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인터뷰에서 “22년 동안 수영 한 길로 왔는데 약물쟁이로 만들어서…. 불명예스럽게 평생 살게 하는 게 옳은 일입니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약물쟁이' 로 몰아서 불명예스럽게 평생 살게 하는 게 적어도 옳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약물을 복용한 것을 무슨 '한 번의 실수' '운동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따위의 사고를 통해 가벼운 일로 치부하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또 무척이나 화가 나는 일이다. 약물, 특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같은 PED(Performance-Enhancing Drugs, 경기력 향상 약물)를 하는 것은 실수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메이저리그와 도핑

약물에 관해 단편적으로 메이저리그(MLB)만 봐도 약물 사건은 연일 대서특필되고 해당 선수가 중징계를 받을 정도로 커다란 일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조지 J. 미첼 전 상원의원에 의해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데이비드 오티즈 등 유명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을 폭로한 2007년의 미첼 리포트, 내부고발자의 고발에 의해 PED가 유통되었음이 알려진,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이언 브론, 넬슨 크루즈, 프란시스코 서벨리 등이 출장정지를 받은 2013년의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등 몇 번의 대규모 약물 파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징계 또한 점차 무거워졌는데 MLB 사무국은 2년 전의 스캔들 당시만 해도 50경기 언저리에 불과하던 출장 정지의 수위를 높여 2015년부터 1차 적발 시 80경기, 2차 적발 시 162경기(*MLB 1시즌이 162경기이다) 출장 정지에 처하고 3차 적발 시 영구 제명에 처하는 삼진 아웃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시대의 대표격인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단일시즌 73홈런, 30-30(홈런-도루) 5회 달성,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500-500 달성 등 역대급의 커리어를 기록했음에도 많은 이들이 그의 기록을 평가절하하고, 얼마 전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한 뉴욕 양키스의 ‘A-Rod’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한 시즌을 통째로 출장정지를 당하고 복귀 후 빈볼(Bean Ball, 투수가 의도적으로 타자를 맞추기 위해 던지는 공)을 맞은 것, 뉴욕 메츠의 투수 헨리 메히아가 도핑 삼진 아웃으로 영구제명을 당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약물 복용이 얼마나 공정하지 못하고 또 위험한 짓인지, 또 스포츠에서 약물이 얼마가 금기시되는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너무 가벼운 한국의 도핑 제재

그런데 도핑에 적발되었고, 정황상 지속적으로 도핑을 해 왔을 것이 분명한 박태환의 사례만 봐도, 한국은 '안 걸리면 장땡' 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약물에 엄청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징계를 받아도 매우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지 않는 신종 약물을 '코디네이팅' 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들리는 것이나, 당사자가 얼마 안 되는 짧은 기간의 징계를 받고 돌아오면 용서되는 실수따위로 치부되기도 하는 것도 필연적으로 그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많은 이들이 농담거리고 이야기하는, K리그에서 일어난 강수일의 발모제 도핑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예를 들어 한국 프로야구(KBO)에서는 그런 웃음이나 농담도 나오지 않는 사태들이 있었다.(물론 K리그에서도 도핑 스캔들이 일어났었다.)

 

예컨대 최진행(한화 이글스)는 도핑 테스트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되었는데도 영양제를 통해 모르고 먹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겨우 30경기의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복귀전에서 홈런을 치자 '속죄포' 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경우는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에 출국하기 전에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어 2012 10경기 출전정치 처분을 받았고, 팀 훈련 참가금지가 내려졌으나 그것은 슬그머니 해제되었다. 그리고 출전정지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봉인이 해제됐어요." 라는, 약물 복용이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핑 이전과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진 체격과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홈런(특히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지금은 은퇴한 박명환(당시 두산 베어스)이나 진갑용(당시 삼성 라이온즈) 등이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곤 했다.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결과가 좋다면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버리는 경우 또한 많다. 그 대표적이 것이 박태환일텐데, 금지약물을 복용했음에도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왔으니, 즉 메달을 잘 따 왔기 때문에 한국의 수영계가 풍비박산이 나건 말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수영협회의 푸시까지 받아가며 올림픽에도 출전하는 것일 것이다. 그간의 업적이 있어서는 안 될 잘못까지 정당화시켜 버리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 분명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도핑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몰예의한 짓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HOF) 헌액자인 미스터 타이거앨 케일라인은 2013년 심사에서 도핑 테스트 적발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우수수 탈락하자, 기존 "만약 그들이 HOF에 헌액되었더라면 나도 거기 참석했어야 했을텐데, 거기서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한다면 그걸 듣고 있는 입장에서 참 고역이었을 것이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 말을 다시 생각 해 본다면 약물은 무엇보다 해당 종목, 혹은 넓게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신뢰와 인기를 떨어트린다. 자신이 응원했거나 혹은 우상으로 삼기도 했던 선수가 사실 도핑을 했다는 사실이 알게 된다면 실망하거나 그것을 넘어 그 스포츠 자체에 대한 애정을 접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동시대에 함께 운동했거나 그 이전 이후 세대의 선수들에게도 매우 몰예의한 짓이다. 자신의 성적에 눈이 멀어 동료들의 노력 또한 의심받거나 평가절하 당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핑은 자신에게도 평생 지울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친다. 먼저 약물 복용은 무릎 등의 부상 위험을 증가시킨다. 체격이 갑자기 커지는 데 반해 관절은 갑자기 늘어난 부하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도핑 경험자들은 이후에 무릎이나 허리 등 하중을 지지하는 관절 부분에 부상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반대로 무릎 부상이 증가한 선수를 약물 복용자로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운동에 필요하지 않은 근육 또한 성장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 근육까지 성장하는 경우 오히려 심장에 무리를 준다. , 대부분의 PED는 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신체에서 해당 호르몬 분비되는 양을 (영구적으로) 감소시킨다. 자신의 커리어에 심각한 오명을 남기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지약물 복용은 단 한 번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도핑을 한 번만 해도 약물쟁이라는 오명이 따라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배리 본즈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자신 뿐 아니라 팀 동료들과 야구 전반에 대한 팬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고, 최진행과 김재환은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벌크업을 하는 다른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리고 박태환은 팬들의 실망과 다른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평가절하는 물론, 자신이 피해자인 척 거짓말까지 했다. 심지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팀을 이뤘던 다른 선수들의 메달까지 박탈당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스스로 팬들이 쌓은 신뢰를 한 순간에 박살 내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박태환이 세운 기록들과 앞으로의 기록들은 전혀 신뢰할 수 없고, 또 앞으로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국위 선양이고, 국민적 영웅이고를 떠나서 약물쟁이에게 어울리는 칭호는 스타마린보이도 아닌 약물쟁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어울리는 것은 다시금 국민적 스타로 포장되어 스포트라이트 앞에 서는 것 보다는 정당한 징계를 이행하고 자신에게 찍힌 약물쟁이라는 낙인을 평생 죄스럽게 여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한 것은 국위 선양도 아니고 무엇보다 스포츠맨십도 아니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보여야 할 것은 약한 모습이 아니라 약 한 모습일 것이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