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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한일 양국의 동인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오소마츠 6쌍둥이>(<오소마츠 상>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의 한국 방송제. 한국에서는 <육가네 6쌍둥이>로 방송된 아카츠카 후지오 원작의 <오소마츠 군>을 작가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리메이크.)의 온리전(특정 작품나 장르,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동인 행사)이 연달아 취소되고 있다.

해당 작품을 정식으로 수입한 대원미디어 측이 한국 방영 등급을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했고, 온리전이 열리기로 되어 있던 대관처에 누군가 ‘어떻게 청소년이 보면 안 되는 작품을 가진 행사가 열게 할 수 있느냐’고 신고를 하는 바람에 계속 대관이 취소되어 부랴부랴 다른 행사 장소를 찾으려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온리전 자체를 성인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 일본의 게임 제작사 NitroPlus(니트로 플러스)와 DMM게임즈가 공동으로 제작한 웹 게임 <도검난무-ONLINE->(이하 <도검난무>)의 올해 1월 열릴 예정이었던 온리전이 누군가 대관처에 ‘19금 성인용 동인지를 판매하려 한다’ ‘우익 작품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린다’고 신고해 행사 당일 황급히 온리전 장소를 옮긴 사건이 일어나고, 5월 말에는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에서 <도검난무>의 뮤지컬 버전이 ‘라이브 뷰잉’(일본의 영화사 T-JOY가 서비스하는 극장 실시간 중계 서비스. 콘서트, 연극, 뮤지컬, 팬미팅 등 다양한 행사를 일본 각지의 극장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영화관에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으로 중계될 것을 발표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영이 보류되었다.


아직 메가박스나 T-JOY 측에서는 라이브 뷰잉이 보류된 이유나 향후 보류가 재검토될 여부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도검난무>의 팬들이나 서브컬쳐 매니아들은 올해 초에 온리전이 겪은 해프닝처럼 누군가 행사 관계자에게 ‘우익’을 문제로 클레임을 걸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상황이다.

<도검난무>는 칼을 의인화한 남성 캐릭터들을 조작하는 시뮬레이션 웹 게임으로, 일각에서는 게임이 일본도를 소재로 삼은 것은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이 한국에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인물과 관련된 검을 의인화된 캐릭터가 나오는 것 등을 문제 삼으며 우익적인 작품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게임 제작진 중 한 명인 시바무라 유리가 공개 석상에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3. 최근 SNS와 동인계는 몇몇 청소년들이 소위 ‘떡커’라 불리는 야한 작품을 주로 만드는 창작 커뮤니티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었다. 많은 비난이 잇달았고, 이에 다시 누군가 이 논란을 바라봄에 있어 ‘떡커’에 가입한 청소년을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음을 주장하며 해당 사건을 ‘청소년 혐오’로 규정해 해프닝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가하였다. 청소년의 ‘떡커’ 가입을 비난하는 대다수의 의견은 주로 ‘왜 미자(청소년)가 다 크지도 않았는데 성인물을 만들려고 하냐’는 이야기와 ‘청소년들이 성인물을 만들려고 하니 애꿎은 어른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로 양분된다.


이 사건들은 그저 다른 사건들의 집합일까. 누군가 보기엔 이 사건들의 나열이 잠시 SNS를 휩쓸다 떠나갈 가십성 해프닝을 모은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정말로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SNS을 휘감다 나오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그다지 오래 회자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건사고가 지니는 여론의 유통기한은 아무리 잘 쳐줘도 일주일이 한계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가끔씩 비슷한 사고가 터지면 이미 시간의 저 편에 묻혀 먼지가 쌓인 아카이브를 털어내는 식으로 다시 소비할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왔던 일들을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앞서 제시한 일들은 많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저 그 사건들을 계속 흘려보냈던 이들만 아무렇지 않은 일들로 계속 생각했을 뿐이다. 해당 사건들은 서로 다른 작품들과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사건들은 기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다른 작품들을 좋아하는 ‘선량한’ 동인들과 서브컬처 매니아 전반이 다른 이들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심리가 바탕에 자리 잡으며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콘텐츠와 문화의 세계가 타인에게 공격당하거나 폄하 받지 않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들이 느끼는 서브컬처의 세계는 몇 번의 공격으로도 바로 무너질 수 있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이고, 그들은 스스로 공격의 빌미가 될 것이라 판단하는 요소들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고자 한다. 그 요소들은 때로는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하고 순수한 아이들을 나쁜 길로 물들인다는 폭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 ‘미성년자’가 되고, 다시 때로는 콘텐츠에 삽입되어 있는 ‘욱일기(또는 욱일기를 닮은 것처럼 보이는 강조선)’ 또는 한국에게 민감할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오래 전부터 서브컬처를 향유하는 이들이나 커뮤니티에게서는 때때로 폐쇄적인 모습이 관찰되곤 했다. 소위 ‘성인동’으로 알려진 1차 BL 커뮤니티는 청소년의 가입을 봉쇄하고 커뮤니티에 가해질 비난을 미리 차단한다는 이유로 사이트 주소 자체를 꽁꽁 숨긴 것은 물론 사이트 가입에 있어서도 주민등록증이나 가입자의 손등 사진 같은 인증을 받는 등 매우 고립된 모습으로 운영된다. <도검난무>가 공공의 적이 되기 전에는 <헤타리아>나 <함대 콜렉션>, <진격의 거인>과 같이 역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담겼다 여겨지는 콘텐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의 적으로 여겨져 많은 비난을 받았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오르면 <반딧불의 묘>나 <원피스> 같은 작품들도 때로는 표적이 되었다.

물론 그러한 폐쇄적인 자세를 마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96 ~ 1997년 전까지 사전 검열이 존재했던 국가였다. 단지 1987년 6월 항쟁 이후로 어느 정도 검열 체계가 그 전보다 완화가 되었을 뿐 콘텐츠를 제작, 발표하는 것에 있어 국가기관의 사전 심의가 필수적으로 뒤따랐다. 그러다 가수 정태춘을 비롯한 문화, 사회 운동의 노력으로 겨우 헌법재판소가 사전 검열을 위헌적인 것으로 해석하며 겨우 바뀌었을 따름이다.

허나 모두가 알다시피 여전히 한국은 사전 검열이 사후 등급 분류 심의로 전환되었을 뿐,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준 쪽도, 받은 쪽도 큰 생각이 없었던) 게임 심의 일부와 사전 검열 폐지 이후로 사실상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된 한국 배우들만 등장하는 연극을 빼면 여전히 콘텐츠 심의는 국가기관의 주도로 이뤄지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1970년대 이후로 계속 조금씩 이어져왔던 만화와 같은 서브컬처에 대해 여전히 사회의 시선이 마냥 곱지 않은 지점도 존재한다. 까딱하면 ‘왜색’이나 ‘우익’이라는 낙인이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붙었던 상황에서 동인들이나 서브컬처의 향유자들이 방어적이며 폐쇄적인 자세를 지니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또한 #2에서 언급한 <도검난무>의 사례와 같이, 일본의 서브컬처 콘텐츠 창작자들이 <기동전사 건담>의 작화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야스히코 요시카즈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제국주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태도를 잘 보이지 않고 있기에, 일본의 서브컬처 콘텐츠를 좋아하는 동인이나 매니아들에겐 절로 한숨이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과연 그러한 ‘자기 방어’는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차단하는 행위는 대대적인 분란을 낳지 않을 수는 있어도, 결국 구조적인 지점은 여전히 그대로기 때문이다. 도리어 서브컬처 내부의 단속과 일종의 ‘자기 검열’만 더욱 늘어났을 뿐, 여전히 조금만 꼬투리를 잡아 이렇다 할 논리적 전개도 없이 몇몇 서브컬처 콘텐츠를 ‘우익’이나 ‘왜색’으로 모는 일은 여전히 존재하고 청소년의 성인 콘텐츠 접근을 매우 선정적으로 ‘청소년의 탈선’이라 포장하는 일 역시 심심하면 등장한다.

여전히 그런 식으로 서브컬처가 언론과 몇몇 대중 여론의 먹잇감으로 여전히 소비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동인들과 서브컬쳐 매니아들의 자기 방어적 행보가 효과가 있다고 볼지도 모르겠다. 모든 불합리한 상황이 그렇듯,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불합리에 순응하거나 불합리를 우회하는 식으로 푸는 것이 훨씬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조직이라도 이뤄진 노동 운동, 소수자 운동과 다르게 동인/서브컬처 차원의 운동은 한국만화가협회나 우리만화연대와 같은 전통적인 창작자 조직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흐름조차도 잡히지 않는 마당이다. 어떤 점에선 불만은 가득하지만 이렇다 할 싸울 여력도, 공개적으로 들고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폐쇄적인 형태로 자기 방어로 일관하는 것은 유일한 선택지였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폐쇄적인 반응은 결국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자기 방어적으로 나서는 매니아 자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회가 일반적으로 서브컬처를 바라보는 시선보다도 더 불합리하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우익적인 작품’이라면서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 것을 집단적으로 막으려고 시도했다. ‘성인동’에 ‘미성년자’가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온갖 인증 수단을 도입하면서 폐쇄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 이후에는 ‘우익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여겨지는 작품’을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까지 막으려고 한다. 단순히 작품의 한국 서비스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로 확정되었을 뿐인데 행사 자체를 뒤집어엎으려 한다.

전자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확고한 기준선이라도 있었다면, #1, 2의 상황과 같은 후자의 모습은 기준조차도 확고하지 못하고 자의적일 따름이다. 단적으로 말하여 이 상황은 ‘자해’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공격받는 것을 미리 방어하겠다는 이유로 명확한 기준점도 없이 자신들과 똑같이 연약한 지반 위에 서있는 서브컬처의 매니아들을 공격한다. 이러한 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지금보다 더욱 폐쇄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 사회가 서브컬처에 대해 보이는 날선 자세 이전에 자신들끼리의 폭력으로 서브컬처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척이나 쉽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한국 사회가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식은 여전히 과도기 수준이며, 일본/미국 등의 서브컬처가 익숙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의 발언권은 부족하고 사회 역시 그들의 요구에 발맞춰 빠르게 바뀌지 못한다.




그나마 청소년보호법 반대-폐지 운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웹툰 사후 심의에 항의했던 ‘노컷 캠페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 반대 운동, 셧다운제 반대 운동과 같이 상시적인 캠페인이나 조직을 꾸릴 타이밍은 여러 번 있었다고 보지만, 이들 운동들은 모두 ‘자신들이 즐기는 작품들이 탄압당한다’는 감정적인 차원을 넘지 못하고 이후 운동이 수그러들자 다시 동인/서브컬처 매니아들이 폐쇄적이며 자기 보호적인 스탠스를 강화하는 근거로만 활용되고 말았다. 그나마 게임의 경우, 부분적으로 자율 심의로 전환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겠지만 실질적인 운동의 성과로 인정하기에는 진행되는 과정이 의문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매 시기마다 작가 단체를 비롯해 각 사회운동조직이 모여 연대체를 구성했지만, 결국 대다수의 조직 연대체와 다를 바 없이 흐지부지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마치 ‘정치 혐오’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끝이 어디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폐쇄적이며 자기 방어적인 모습들이다. 어떤 이의 반응들처럼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려 해도 사회가 여전히 바뀌지 않는데 무의미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을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모색하자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상황과 같은 행동으로는 상황이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공멸을 앞당길 뿐인 것을 인식시키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점진적으로 이 풀기 어려운 사슬을 풀 열쇠가 되지 않을까.

그저 이 문제를 ‘임시대피소’와 같은 여성 유저가 많은 서브컬처 커뮤니티의 문제로 한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루리웹과 같이 남성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은 커뮤니티도 <함대 콜렉션>과 같은 작품의 이야기를 막은 전력 등을 생각하면, 단순히 이 현상은 유저의 성별 차이로 설명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임시대피소 같은 커뮤니티가 왜 그리 골치 아픈 곳이 되어 있는지를 분석할 의미는 분명 있다 본다.) 애초에 그런 식의 ‘책임 떠넘기기’는 동인/서브컬처 매니아의 폐쇄적인 자세와 별반 차이도 없다. 답답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상시적인 운동과 캠페인을 구축하는 길이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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