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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뮌헨의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이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의 UEFA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패한 후, 인터뷰를 통해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추한 축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뮌헨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찾아왔던 기회를 구체화시키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한편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공격수이자 2차전에서 골을 성공시키며 팀을 결승으로 이끈 앙투안 그리즈만은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공격 방식이 있다며 비달의 도발을 가볍게 넘겨버리기도 했다.

 

원문 인터뷰를 살펴보면 비달은 "Hoy ha jugado el fútbol feo contra el mejor del mundo."라고 이야기 했다. 번역하자면 "오늘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축구를 상대로 추한(feo) 축구를 했다" 정도가 되겠다. 스페인어에서의 feo는 못생긴추한불쾌한부적당한’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사람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감동과는 먼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축구가 추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추하다는 단어의 반대로 여겨지는 아름답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아름다움이란 각자 다른 기준에 따라 규정될 수 있다. 비달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다. 


축구에서 흔히 말하는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들어간 패스들이 환상적인 마무리로 연결되는 '공격'을 자주 만드는 축구를 아름다운 축구라고 지칭했을 것이다. 축구의 목표가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문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축구의 ‘미학이란 것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난 시즌의 UEFA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이어 올해는 4강 탈락의 아픔을 맛본 비달 

ⓒ UEFA Champions League



좋은 축구, 그리고 아름다운 축구는 어떤 축구를 의미할까. 축구라는 스포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이 질문의 답변을 결정지을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FC바르셀로나와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라면 패스를 통해 볼을 점유하고 공격하는 축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처럼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라며 보다 실리적인 차원에서 축구에 접근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달의 발언은 패배에 대한 투정으로 보인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듯 축구에도 다양한 철학이 있을 수 있다. 축구 내의 규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축구 경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전술이라면, 그 어떤 축구라도 경기장 내에서 구현될 수 있고 인정받아야 한다. 본인의 축구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추하다(feo)라고 표현한 것은 비달의 경솔한 발언이었다


나는 사회에 만연한 경쟁 논리' 아니 그 이상을 넘어선 '경쟁 지상주의'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생각의 경쟁이라면 언제나 찬성이다. 결과를 놓고 서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로 남지만, 사상 간의 경쟁은 각자 논리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하는 생태계가 더 건강하듯, 사상에도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는 사회가 건전하다. 그렇게 서로 견주어가며 발전할 수 있다. 지금껏 비달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축구'가 발전해올 수 있었던 것도 조금은 '추한' 다른 축구 철학들과 경쟁했기 때문이다.



종전과 다른 축구의 '미학'을 완성시키고 있는 시메오네 감독. 

ⓒ UEFA Champions League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는 바이에른뮌헨과는 다른 아름다움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아틀레티코의 축구는 리그 내의 군소클럽들을 만났을 때보다 유럽과 세계를 대표하는 강팀을 만났을 때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준다. 패스를 통해 주도권을 유지하고 맹공을 쏟아붓는 일반적인 축구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틀레티코의 축구는 강한 자들을 상대로 약팀이 선보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전술의 최고봉이다.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부처마다 수천만 유로의 몸값을 자랑하는 공격수들을 상대하지만,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이들에게 쉽사리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극단적 수비 전술은 아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공격도 대단하다. 경기 동안 많은 찬스를 포착하진 못하지만, 극히 제한적인 찬스를 살려서 골로 연결한다. 4 1차전의 사울 니게스의 골도, 2차전의 그리즈만의 골도 그러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호화 스쿼드를 거느리고 공격 축구를 앞세우는 거대 클럽들의 축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우아미'라고 한다면, 헌신적인 선수들과 함께 조직적인 수비 축구와 함께 한두 번의 역습으로 골을 터뜨리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는 '비장미'라고 할 수 있다. 


다 갖춘 상황에서 승부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승부에 나선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엔 언제나 다른 빅클럽과는 다른 비장함이 있다. 그리고 그 '비장함'이 팬들의 마음을 울린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선전을 보면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아틀레티코가 절대 작은 규모의 클럽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격파한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뮌헨, 혹은 결승에서 만나게 될 레알마드리드 같은 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본인들보다 훨씬 비싼 선수들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으며, 경기에 체력을 모두 쏟고 몸을 아끼지 않으며 치열하게 수비한다. 그리고 적은 기회이지만 이를 잘 살려 끝내는 상대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 통쾌함을 준다.


때로 지더라도 매번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주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가장 인간적인 팀이다. 축구적으로 완성된 팀도 아니지만,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것에서 되려 인간미가 물씬 느껴진다. 그들의 축구는 평범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대다수의 삶과 닮아 있다.

 

한 사람이 보내온 삶의 아름다움은 '돈'과 같은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특히 삶의 가치와 무게는 그가 보내온 삶에 얼마나 충실했는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 사람의 삶은 다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판단의 기준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도전하는 그 자신만이 스스로가 최선을 다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원정 득점을 성공시킨 그리즈만. 제한된 기회를 살려야하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자랑하는 날카로운 창이 바로 그리즈만이다. 

ⓒ UEFA Champions League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는 최선을 다한 축구이다. 사자의 심장을 가진 것처럼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빅클럽을 상대로 용감히 싸우고 끝내 승리를 쟁취해낸다. 그래서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는 처절하다. 하지만 결코 추하지 않다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축구는 화려하진 않지만 비장하고 또 아름답다전쟁 같은 삶을 위해 매일 전투에 나서는 우리처럼.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2년 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숙적 레알마드리드에게 후반전 46분에 골을 허용하고 끝내 우승컵을 놓쳤다. 90분 동안 최선을 다한 그들은 연장전에 들어가서 체력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연달아 3골을 허용했고,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의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의 쓴 맛에도 굴하지 않았다


결승전에 온 힘을 다 쏟아낸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선수들에겐 결과의 아쉬움만큼이나, 최선을 다한 자신들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또한 그들은 영원한 실패도, 영원한 성공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묵묵히 도전의 길을 다시 걸어온 그들은 다시 우승 문턱에 섰다. 2년 전 결승전의 실패는 오늘의 성공을 위해 거치는 기착지였을지도 모른다.

 

5월의 마지막 토요일 그들은 또다시 실패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가 어떤가.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한 경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끝내 감격적인 우승을 한다고 해도 아틀레티코는 내년에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또 본인들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비장하게 아름다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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